라틴어의 분류

라틴어(lingua latina)는 2000년 넘게 사용되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로마 건국 초기에 사용된 상고 라틴어, 전성기에 사용한 고전 라틴어, 서로마 쇄락기에 사용한 후기 라틴어, 이후 각국에서 사용된 중세 라틴어, 르네상스 시기 재구한 르네상스 라틴어 등으로 분류하며 약간의 차이가 있다.

과제

연표 추가할 것.

각 시기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라틴어를 배울 때는 어느 시기의 라틴어인지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중 현재 일반적으로 교육되는 것은 고전 라틴어교회 라틴어이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발음이며, 자신의 환경과 읽고자 하는 텍스트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이 책은 고전 라틴어를 기준으로 한다.

상고 라틴어

상고 라틴어(latina archaica)는 고전 라틴어가 성립되기 이전 로마에서 사용되어온 언어를 말한다. 원래는 공화정 시대 라틴어와 제정 시대 라틴어의 차이를 지칭하는 고(古) 라틴어의 의미였으나 언어학 등 근대학문의 발전으로 개념화되었다. 시대를 더 세분하기도 한다.

한 언어의 기원을 정확히 추정하기는 어려우나, 로마 건국과 함께 시작된 것으로 간주한다. 로마 건국 시기는 기원전 1세기 바로(Marcus Terentius Varro)가 비정(比定)한 로마 건국연대인 기원전 753년설이 일반적으로 통용된다.

고전 라틴어와의 경계를 19세기 말 벨(Andreas Bell)은 기원전 75년으로 제안하였다. 물론 이렇게 숫자로 구분할 수 있는 명확한 경계가 있는 것은 아니며, 학자에 따라 차이가 있다.

고전 라틴어

고전 라틴어(latina classica)는 기원 전후, 공화정 후기부터 제정 초기까지 사용한 라틴어를 말한다, 길게는 동서로마 분열 시기인 4세기 또는 서로마 멸망 시기인 5세기까지로 보기도 한다. 구체적으로는 제정(당시는 원수정)이 시작된 기원전 27년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 시기 로마는 가장 번성하였기 때문에 언어 역시 크게 발전한 것으로 추측된다. 문화적인 면 뿐만 아니라, 정치를 위한 정확한 행정적·법률적 언어의 필요성, 속주민들을 교육하기 위한 정확한 문법 규범의 정립 요구 등이 있었기 때문에 언어가 크게 정비되었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 고전 라틴어는 당시 쓰이던 입말(口語)과 거리가 있는 인공적인 글말(文語)의 성격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 라틴어에 ‘classicus’(고전)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당시 로마인 자신들이었다.[*] classicus에는 정선(精選)된, 규범적인, 최고급의, 믿을만한 이라는 의미도 있다. 또한 이 라틴어를 지칭하는 ‘latinitas’에도 좋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좋은 가문의 말(sermo familiaris), 도시말(sermo urbanus), 고귀한 말(sermo nobilis) 등으로도 불렸다.

이 시기 가장 중요한 작가로는 정치인이었던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 106 BC~43 BC), ‘변신이야기’(Metamorphoses)의 저자인 오비디우스(Publius Ovidius Naso, 43 BC~17/18 AD) 등이 있다.

서양사에서 이 시기 까지를 고전 고대(Classical antiquity)로 부른다.

[*]이 시기 이전에는 classicus는 함대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황금 시대와 백은 시대

19세기 독일의 고전학자 토이펠(Wilhelm Siegmund Teuffel)은 기원전 83년부터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죽은 기원후 14년 까지를 로마 문학의 황금 시대(das goldene Zeitalter der römischen Literatur)로, 트리야누스 황제가 죽은 기원후 117년까지를 로마 문학의 백은 시대(das silberne Zeitalter der römischen Literatur)로 분류하였다. 이 연도를 그대로 따르지는 않지만 아우구스투스 황제 치세 전후로 황금시대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통용된다.

후기 라틴어

서로마 말기에 로마 제국의 국력이 약해지면서 라틴어를 공식 언어로 지정하는 등 강한 라틴어 사용 정책을 펴게 되며, 문학 등에서도 고전 라틴어를 연구하는 복고 경향이 강해진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이미 고전 라틴어의 발음이 변화하고 문법 역시 단순화되어 중세 라틴어, 세속 라틴어 등과의 구분은 모호하다.

서양사에서 서로마와 중세시대 사이를 고대 후기(Late Antiquity)로 분류하기도 한다.

중세 라틴어

중세 라틴어는 4세기 이후 로마가 쇄락을 길을 걷게되면서 각지에서 개별적으로 발전한 세속 라틴어를 말한다. 어느 특정한 형태의 라틴어를 가리킨다기보다 변화해가는 양상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지역에 따라 사용 계층에 따라 차이가 있기도 하다.

구체적으로는 3~6세기 로마 후기에 사용한 후기 라틴어와, 10~14세기 교회 라틴어를 말한다.

특징은

  • 어순이 비교적 자유로운 고전 라틴어와 달리 현재 로망스어에서 사용되는 어순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으며,
  • 복잡한 변화보다는 전치사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 지시대명사가 관사의 역할을 하게 되는 등의 변화가 있었으며,
  • 발음에서는 H가 묵음이 되어 생략까지 되는 경우가 생기고,
  • 유성음화, 마찰음화, 구개음화가 일어나며,
  • 소문자가 발명되고 J, U, W 등이 새롭게 추가되는 표기법의 변화가 생긴다.

교회 라틴어

카톨릭 교회에서 문서와 의례에 사용하면서 전해진 라틴어를 말한다. 로마에서 기독교가 공인된 콘스탄티누스 황제 치세 시기인 4세기를 시작 시기로 보나, 정확하게 그 시대 라틴어가 전해진 것은 아니다. 교회에 속한 중세 스콜라 철학자들이 저술에 사용한 언어이므로 스콜라 라틴어(latina scholastica)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전체 모습을 표현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주의해야 할 것은 카톨릭 교회 전체에서 통일된 라틴어를 사용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교회 라틴어도 세속 라틴어의 하나이며, 오랜세월 각지의 세속 라틴어의 영향을 받아 지역에 따라 다른 모습을 띠고 있었다. 20세기초에 교황 비오 10세(Pius X)가 로마, 즉 바티칸에서 사용되는 발음을 기준으로 정리하였다. 그래서 로마 발음이라는 표현도 사용한다.

카톨릭 교회를 중심으로 현재에도 활발하게 교육되고 있는 라틴어이며, 고전 라틴어와 가장 큰 차이는 발음이다.

  • C, G가 E, I, Y 앞에서 [tʃ], [ʤ]로 발음된다. Franciscus[frantʃiskus]
  • -gn-이 비음으로 발음된다. agnus[aɲus]
  • -ti-가 모음 앞에서 [tsi]로 발음된다. 앞에 s, t, x가 오면 [ti]로 발음.
  • -h-는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 묵음이다.
  • 모음 장단의 구별은 있으나 발음할 때 이를 중시하지 않는다.
  • v가 w 발음으로 잘 쓰이지 않고 [v]로 사용된다.

이러한 특징들은 세속 라틴어의 변화 과정과 궤를 같이 한다.

세속 라틴어

세속 라틴어는 규범적인 언어의 상대 개념으로, 시대에 따라 여러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첫번째는 고전 라틴어 시대에 규범을 따르지 않고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언어를 말한다. 고전 라틴어 문헌 속에서 표준적이지 않은 말을 사용하는 것을 대비하여 설명하는 경우가 있으며, 고전 라틴어에서 사용되지 않는 말이 사용된 문헌과 유물이 발견되기도 한다.

두번째는 기원후 3~5세기 로마의 쇄락과 함께 고전 라틴어가 변화된 상태를 말한다. 고전 라틴어의 규범성을 보존하고 있었으며, 문헌들이 남아 있다. 사실상 후기 라틴어와 동일한 개념이다.

세번째는 로마의 속주 주민들이 사용하던 말들로, 로마의 규범어와 어느정도 거리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 지방에서 원래 사용하던 언어나 주변 언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본다. 기존 주민들을 몰아내고 새롭게 건설한 일부 속주나 도시에서도 이주민들과 주변 국가의 영향으로 방언이 생긴다.

네번째는 서로마 멸망 이후 속주 지역에서 사용되며 각각 자생적으로 발전한 라틴어를 말한다. 이것은 후에 로망스어로 발전한다. 그래서 이를 Proto-Romance로 부르기도 한다.

다섯번째는 중세 시대 느슨한 국제 표준어로 사용되던 라틴어를 말한다. 이를 Common Romance 또는 colloquial Latin이라고도 부른다.

여섯번째는 중세 시대 교회 라틴어, 즉 협의의 중세 라틴어와 비교되는 규범적이지 못한 라틴어를 말한다.

르네상스 라틴어

14~16세기 르네상스 시기 원천으로 돌아가자(ad fontes)는 운동으로 고전 라틴어의 위상이 높아진다. 이후 고전 라틴어가 표준적인 학술 언어가 되고 16세기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고전 라틴어가 학교 교육 등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지게 된다.

그러나 기원전후 사용된 고전 라틴어의 실체를 천년도 더 지난 시점에서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발음은 르네상스 시기 인문학자들이 재구(再構)한 것이다. 명확하게 확정되지 않은 발음도 존재하게 되었고, 모국어와 그간 내려오던 세속 라틴어의 영향으로 국가간 발음 차이도 존재한다. 중세를 거치며 널리 쓰이게 된 새로운 어휘와 문법도 있다. 그래서 발음과 문법이 원래의 고전 라틴어와 정확하게 동일한 것은 아니다.

20세기까지 진행된 문법 위주의 언어 교육은 이런 르네상스 시대의 고전 라틴어 교육에서 연원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르네상스 시기 재구된 라틴어를 르네상스 라틴어(latina renascentiae)라고 부르기도 하고, 르네상스 시기 재구되어 현재까지 사용되는 고전 라틴어를 신 라틴어(Neo-Latin)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 라틴어

현대의 라틴어

현대의 라틴어는 고전 라틴어가 기준이다. 그러나 고전 라틴어가 사용된 기원전후 모습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아니다.

  • 고전 라틴어는 대문자로만 표기되었으나 현대의 라틴어는 중세에 사용한 소문자와 J, U, W 등 중세에 만들어진 문자도 사용한다.
  • 띄어쓰기나 각종 문장부호 역시 고전라틴어에는 없으나 현대에는 사용한다.
  • 중세 이후 새롭게 만들어진 어휘나, 널리 받아들여진 문법을 인정하기도 한다.
  • 국가별로 라틴어 발음과 문법 이론 등에 차이가 있다. 라틴어 이론에 많은 영향을 미친 국가는 19~20세기 강대국이었던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등이다.
  • 르네상스 시대에 재구된 발음은 계속적으로 연구되고 통설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로망스어

로망스어는 라틴어를 근간으로 발전한 언어를 말하며, 라틴어 입장에서는 세속라틴어를 기반으로 한 언어로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 루마니아어 등이 있으며, 라틴어와 유사한 점이 많다. 국가 발전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라틴어 어휘를 표준어로 편입하려고 한 경우도 있다.

언어학에서는 인도유럽어족>이탈리아어파>라틴팔리스칸어군의 하위 분류로 분류한다. 루마니아어는 지리적으로 떨어져있고 변화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동(東)로망스어로 다시 나누기도 한다.